라이브방송으로 고객과 직접 대화하며 판매한다

김한나 그립 대표

김정만 | 기사입력 2020/01/31 [15:12]

라이브방송으로 고객과 직접 대화하며 판매한다

김한나 그립 대표

김정만 | 입력 : 2020/01/31 [15:12]

한국의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세계 5위다.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지만 전자상거래가 세계 5위라는 것은 그만큼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일상화돼 있다는 의미다. 쿠팡, 지마켓, 11번가 등을 통한 각종 생활용품 구매, 마켓컬리 등을 통한 신선식품 구매, 그리고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을 통한 음식배달까지 한국인의 일상에서 온라인쇼핑은 필수요소다. 그런데 그런 한국에서 의외로 뒤처져 있는 전자상거래 분야가 있다. 바로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다.

▲ 김한나 그립 대표

누구나 유튜버를 꿈꾸는 유튜브 전성시대에 왜 한국엔 동영상 기반 커머스가 없을까 의문을 품고 도전한 창업가가 있다. 라이브 커머스앱 그립의 김한나 대표다. “쉽게 말해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에 장바구니가 붙어 있는 겁니다. 그립은 동영상으로 쇼핑을 하며 소통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2030세대를 위한 라이브커머스입니다.”

모바일서비스 마케팅 담당하며 라이브커머스 가능성 확인
200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주립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블루버드라는 산업용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의 해외마케팅 담당으로 8년 일했다. 그러다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느꼈고, 소프트웨어 쪽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과감하게 네이버로 이직했다. 네이버에서는 ‘라인데코’, ‘스노우’, ‘잼라이브’ 등 히트 모바일서비스의 해외마케팅을 담당하며 영상서비스의 힘을 느꼈다. “처음에는 사진 등 이미지 중심이었던 모바일서비스의 콘텐츠가 점점 영상 중심으로 소비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 대표는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모바일앱에 접속해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퀴즈를 푸는 잼라이브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라이브서비스의 가능성을 깨닫게 됐다. 그런데 이런 라이브동영상을 보면서 상품 구매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의외로 그런 게 없었다. “찾아보니까 그런 서비스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같이 일하던 개발팀장과 의기투합해서 2018년 8월 그립을 창업했습니다.”

막상 창업해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라이브커머스는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는 이미 크게 성장한 신세계였다. “현재 중국 라이브커머스 규모가 30조원에 이릅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결제를 비롯해 중국이 모바일서비스를 선도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시장을 겨냥해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정예멤버 7명이 모여 팀을 이뤘다. 마케터가 창업하는 것이라 처음에는 개발자를 구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얘기에 끌려 안정된 직장의 억대연봉자들이 7명이나 빠르게 모였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안정적인 대기업 직원들도 요즘 그만큼 스타트업에 끌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지만 판로개척이 힘들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겠다는 대의명분도 팀을 모으는 데 한몫했다.

어쨌든 경험도 많고 실행력도 좋은 팀이 모이니 빠르게 완성도 높은 앱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불과 반년 만인 2019년 2월에 첫 서비스를 론칭했다. 시작 당시에는 3만다운로드에 월 이용자 수(MAU) 1만4천이었던 것이 2019년 12월 현재 23만다운로드에 MAU 5만으로 성장했다. 그립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도 이제는 1천명 가까이로 늘었고 방송콘텐츠도 1,600개 이상이 됐다.

이용방식은 간단하다. 그립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셀러들이 진행하는 라이브방송이 나온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홈쇼핑채널 프로그램과 달리 그립 셀러들은 꼭 스튜디오가 아니라도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생방송에서 자신이 팔고자 하는 상품을 직접 보여주면서 장점을 설명한다.

주꾸미부터 코트, 장난감, 전자제품, 명품까지 판매상품은 폭넓고 다양하다. 셀러는 고객이 새로 입장할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환영인사를 한다. 직접 할인 쿠폰도 준다. 3분 이상 방송을 보면 4천원짜리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고객은 제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즉시 댓글로 물어볼 수 있다. 구매를 결심하면 바로 장바구니 버튼을 누르고 결제하면 된다.

나도 시도해봤다. 먹방 라이브를 보다가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4천원 할인 쿠폰도 나눠주길래 ‘장순필 핫도그세트’를 구매했다. 은근히 재미있다. 온갖 상인들로 가득한 시장통을 둘러보는 느낌도 난다.


실시간 소통으로 쇼핑 재미 극대화
라이브커머스의 경쟁력을 김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은 쇼핑이란 것이 재미요소가 중요합니다. 그걸 극대화하는 것이 라이브커머스죠. 상품에 대한 질문을 셀러에게 바로 날리고 여과 없이 대화할 수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다 보면 상품의 장점을 더 잘 부각시킬 수 있죠. 상품이 나쁘면 바로 티가 나는 것도 고객 입장에선 장점입니다.”

셀러 입장에서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방송을 할 수 있고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직거래라 유통마진이 높다. 그립의 수수료는 10%대지만 프로모션으로 지금은 낮게 받고 있어 오픈마켓 수수료보다 낮고, 홈쇼핑의 송출료보다 훨씬 싸다는 설명이다. 인기 셀러는 동시접속자가 1천명이 넘기도 한다.

그럼 어떻게 셀러가 될 수 있을까.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 허가, 제품 소개 사이트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독특한 셀러들이 인기다. 예를 들어 산지 직송 농부들은 농장에서 사과나 귤을 따서 바로 보여준다. “제주 애월농장에서 오늘 딴 귤을 바로 라이브방송을 통해서 보내줍니다. 서울에 있는 분이 영월의 농부와 직접 연결해 감자를 사거나 독도의 총알오징어를 울릉도의 어부를 통해 직접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셀러들이 고객들과 직접 대화해 자신의 스토리도 알리고 상품도 파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백화점도 입점해 있다. AK플라자 직원들이 라이브로 명품관의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서울 백화점의 인기 매대 상품을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팔린다.

2018년만해도 생소했던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한국에서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립이 처음 시작했지만 이후 경쟁 스타트업이 벌써 5곳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창업하자마자 TBT파트너스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2019년 7월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35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지금은 직원이 18명까지 늘었다. 조만간 일본과 동남아까지 진출할 계획이라 글로벌버전을 테스트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영역이 유통이다.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강자들이 온라인업체들의 도전에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동영상에 푹 빠진 한국인들이 쇼핑도 동영상을 통해 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립의 성장을 주목해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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